이 논문은 장혁주의 「협박」(1953)을 재일조선인연맹에서 재일본조선거류민단에 이르는 재일조선인 운동사의 외전(外傳)으로 재해석함과 동시에, 재일 조선인 사회에서 ‘민족의 반역자’로 지칭됐던 이들의 정치적 복잡성을 분석한다. 이 연구를 통해 새롭게 제시하는 질문은 세 가지다. 장혁주의 자전적 캐릭터인 장광성이 받은 살해 협박장은 한글로 작성되었을까? 장광성을 추적하는 암살자는 왜 자신들의 본부에 보내야 할 전보를 장광성이 읽게 했을까? 민족을 연대의 구심점으로 내세우는 재일조선인 단체와 일본인으로 귀화한 민족 반역자 사이의 상호 교란하는 내면의 역설을 묻는다. 덧붙여 재일조선인 운동사의 전개와 구도를 잘못 읽을 수밖에 없는 「협박」 번역본의 문제점을 지적해 장혁주 연구 입문자들의 혼동을 줄이고자 한다.